오늘은 하늘이 참 맑다. 어제도 맑았고 그제도 맑았다. 그렇다면, 내일도 맑을 것인가. 그건 알 수 없겠지.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게 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믿어보고 싶다. 내일은 맑을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맞기를 바란다.
....
"내일 시간 나냐?"
"내일? 시간이야 많지. 근데 왜?"
"아아. 희경이랑 야외음악회 가기로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초대권이라 써먹긴 해야겠는데 딱히 다른 사람도 없고, 너나 같이 가서 보라고."
".....사람이 없어서 나냐. 이 자식아. 여튼 넓은 마음으로 내가 가주지. 엣헴"
"지랄. 하여튼 희경이한테는 내가 말해놓을게."
내가 희경이를 좋아하는 건 아무도 모른다. 진희도, 경수도, 눈치 빠르고 입 싼-그래서 많은 커플을 생성에 일조하기도 했고 짝사랑 인생을 끝장내기도 했던- 수원이도 모른다. 수원이가 알아챘다면 벌써 잘 됐거나 끝장이 났겠지만. 아, 그리고 방금 표가 아깝다고 음악회에 같이 가라고 선심(?) 쓴 지원이도 모른다.
과에서 우리 셋은 꽤 유명한 패거리다. MT에서 선배들을 (술로)쓰러트린 삼총사라거나 새벽까지 술 마시고도 아침 수업에 나타난 유일한 삼인조라거나 하는 술과 관계된 이야기들. 물론 사실이긴 한데 숨겨진 이야기도 있다. 선배가 쓰러진 직후에 세 명도 모조리 다 뻗었다거나, 힘겹게 출석하긴 했지만, 출석체크만 하고서는 기억이 없다는 것 정도.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세 명만 남게 되는 일이 가끔 있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원래부터 여자가 많은 학과인데다 남성적이라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내 성격+외모 덕분에 더 쉽게 친해진 것 같다. 덕분에 희경이와 가깝게 지낼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힘들기도 하다. 고백 같은건 아직 생각도 못 하고 있으니까
희경이는 예쁘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전부 반할 정도라거나 연예계 진출을 제의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 수준이라면 지원이 쪽이 더 맞을 것 같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고. 반한 건 첫 MT에서였다. 그전부터 신경쓰이긴 했다. 예쁘장한 아가씨들 둘이서 같이 다니니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겠지. 어쨌거나 슬금슬금 바라보고 있던 상대가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게 참 위험한 일이라는 이야기. 선배에게도 할 이야기는 다 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한다거나 남들이 꺼리는 일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분위기를 띄운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멋진 아가씨, 아니 사람인 거다. 그런 사람인데다가 '예쁜 아가씨'이기까지 하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 이후로 바뀐건 없다. 아니, 사실 반한 뒤에 술 삼총사가 되었으니 더 친해지긴 했지만. 새콤달콤한 연인으로의 한 걸음이 아닌, 이런저런 안 좋은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친구로의 한 걸음. 그것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도'라고 해야 할지 희경이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고백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에게 하는 질문에는 '모르지.'라는 대답뿐이지만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거다.
어쨌거나 다시 말하지만, 내일은 날이 맑길 바란다. 기분좋게 야외음악회를 즐긴 후 희경이의 미소를 볼 수 있도록 말이다.
//
조금 손 봐서 모모 수업의 과제로 제출했습니다. (.......)
그나저나 계속 써야하는데 말이죠.